2009. 9. 20.

2028.01.03 10일 째 -1

중연이가 하늘로 올라간지 10일째 되는날이다.

사람들은 그녀석을 천재 중의 천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그녀석을 사람 중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를  알게된 것은 그가 대전의 한남대학 물리과를 다닐 때였다.
난 당시 KAIST에서 경영학을 배우고 있었다.

그 당시 난 항상 내가 엘리트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내가 모르는 건 아무도 모른다는 자만에 빠질 정도로 많은 학문적 소양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대전의 한 서점이었다.
시내의 대형 서점에서 새로나온 경영학관련 원서를 주문하고 나오다 우연히 옆에 있는 허름한 중고 서점을 보게 되었다. 책이라면 지금도 그렇고 그때도 그렇지만 왠지 모를 끌림에 이끌리게 된다.
'내가 안 본 책은 없을 거야'
'하루에도 속독으로 몇권의 책을 뚝딱 읽기 시작한게 사춘기때 부터였는데.'

난 조심스레 서점의 낡고 힘없이 헐거워 보이는 미닫이 문을 밀어서 열었다.

오래된 책 냄새가 나의 코와 가슴과 머리를 자극한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냄새.
물론, 사랑 스런 내 아내의 샴푸향기도 좋아하고, 우리 예쁜 공주님 은정이의 베이비파우더의 향기도 좋아한다.
하지만, 그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냄새이기때문에 좋아하는 것이고, 역시 나, 박혁규를 자극하는 냄새는 바로 이 오래된 책의 냄새인 것 같다.

"뭐 찾으슈?"

주인아저씨가 묻는다.
난 그저 둘러보러 왔다고 말하고 서점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바닥은 비가 샜는지 축축한데다 장판이 깔려 있고, 조명은 어둡고, 서가들 사이에 거미줄도 보인다.

'귀신 나오겠 구만'


입구쪽 서가를 지나서 안쪽으로 들어가자, 입구와는 다르게 좀 넘은 공간이 나왔다.
아무래도 뒷쪽은 창고를 개조한 것 같다. 앞쪽 입구는 거리와 연결되기때문에 좁아도 비싼 임대료때문에 어쩔 수 없었고, 뒤쪽은 딱히 창고 외로는 쓸 수 없는 용도의 별도의 방인 것 같다.

'이런 데도 있네. 나 참 이런 데서 책을 사가는 사람이 있나?'

서가 두개쯤 지나자 물리학코너에 왠 남자가 서 있다.
난 다른 아이들 처럼 어렸을 때는 뉴튼이나 아이슈타인과 같은 물리학자가 꿈이었다.하지만, 물리학은 내가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마음을 접은 학문이다.

내가 좋아 하긴하지만, 부모님들은 순수과학은 비젼이 없다고 고등학교에서 문과를 선택하게 하셨다.  그 분들은 판검사나 대기업의 CEO로 나의 미래를 결정해 놓으셨다. 대학도 그래서 경영학과로 가게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물리학동과 그리 멀지않은 위치에 경영학과동이 있다는 것이다.
난 쓴 웃음을 참을 수 없어 흘리며 책들의 이름을 하나씩 하나씩 눈으로 읽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아까부터 있던 그 남자는 힐끗 나를 바라보더니 계속 자기의 독서에 빠져있었다.
나도 책 몇 권을 떠들어 보다가 천체물리학관련 도서를 들었다.
책을 보려고 하니 내가 있는 자리에서는 전등이 꺼져있어서 어두웠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 친구의 위치가 책을 읽기가 가장 좋은 자리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아마 이 친구는 이 서점의 단골인 것 같다. 슬쩍 그의 옆의로 가서 최대한 전등빛이 잘보이도록 자리를 잡고 등을 마주한 채 책을 열었다.
 책의 내용은 전문서가 아니라, 과학 잡지 수준의 우주에 대한 이야기와 우주선, 인공위성 뭐 이런 종류의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때가 나의 삶에 있어서 9할이 결정된 순간이었던 것 같다.

한참을 보다가 책의 무게때문에 손이 저린듯해서 난 한손으로 책을 잡고 나머지 손을 가볍게 털었다. 그 때 나의 팔이 뒤에서 책을 보고 있던 그의 손을 치고 말았다. 그의 손에 놓여 있던 책은 쿵하는 묵직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눈에 들어오는 그 책의 제목에 난 조금 당황했다.
뉴턴의 프린키피아.
뉴턴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고전 물리학의 완성자이다. 그는 프린키피아 (부제: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알렸고, 이로 말미암아 여러가지 물리학적 발전이 이루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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